경험 기계: 마음은 어떻게 현실을 예측하고 조각하는가

앤디 클락의 2023년 저서.

서문: 경험을 조각하기 Preface: Shaping Experience

저자가 환각진동증후군을 겪은 일화를 소개. 실제로 휴대폰 진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동이 있다고 느끼는 현상. 스트레스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짐. 2012년 대학생 대상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89%가 경험했으며 특히 의대생 인턴인 경우 빈도가 더 높았음.

휴대폰은 항상 주머니에 있고 자주 진동이 오며 이는 스트레스를 유발. 따라서 현대인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휴대폰 진동이 올 걸 (무의식적으로) 예측. 경험과 현실 인식은 예측과 기대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므로 우린 환각진동을 ‘경험’하게 됨. 이게 책의 주제인 예측하는 뇌 가설.

  • 전통적 견해: 지각은 감각정보의 수동적 수용
  • 더 최근 견해: 지각은 예측과 기대에 영향을 받음. 즉 top-down processing이 존재
  • 예측처리 견해: 예측과 기대가 지각의 핵심. 감각정보는 예측 오류 보정 및 개선에 쓰임. 게다가 예측에 부합하는 행위를 하여 능동적으로 다음 지각에 영향을 줌

뇌가 특정 장면, 소리, 느낌을 강하게 예측한다면 그 예측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을 ‘형성’함. 이런 의미에서 인간의 모든 경험은 부분적으로 환각. 예측 없는 경험이란 마치 물 없는 서핑처럼 불가능 (전작 Surfing uncertainty의 비유를 차용한 표현인 것 같다. —ak)

1장. 예측 기계 언박싱 Unboxing the Prediction Machine

는 실제 감각 정보와 기대를 바탕으로 끝없이 세상에 대해 예측을 하고 이를 갱신하도록 진화된 예측 기계. 예측과 감각 정보 사이의 차이가 예측 오류 신호prediction error signals로 작용하여 예측을 보정하며, 보정이 일어나는 짧은 기간 동안 환각을 만들어냄.

예측은 외부 감각 뿐 아니라 고통, 배고픔, 불안, 우울 등 내적 감각의 지각에도 적용됨. 즉, 때로는 우리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예측을 수정함으로써 스스로의 기분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뜻함.

David Marr의 상향식 모델(간단한 시각적 특성을 추출하고 이를 재귀적으로 조합하여 세상을 인식)은 아직도 유용하지만 실제 뇌 구조와 다름. 뇌의 실제 배선은 상향이 아닌 하향식 신호 전달이 월등히 많으며, 이 설계는 오랜 기간 퍼즐로 남아 있었음.

뇌는 세상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행하여 예측과 지각 정보 간 오차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갱신. 하향식 뉴런은 시뮬레이션이 만든 예측을 감각 피질로 전달하기 위해 필요. 뇌 입장에서는 예측과 감각 정보 사이의 오차만이 새로운 정보. 따라서 모든 정보를 상향식으로 올릴 필요가 없음.

신호가 잘 안 잡힌 라디오로 익숙한 노래를 들으면 가사가 잘 들리지만 처음 듣는 노래의 가사는 거의 알아듣기 어려움. 음성 신호의 품질은 동일하지만 얼마나 익숙한지에 따라 지각 경험이 달라지는 현상도 예측뇌 가설에 잘 부합.

게다가, 체화된 행위자인 인간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귀를 가져가는 등의 신체 움직임을 통해 필요한 지각 정보를 지속적/능동적으로 획득. (기계 학습Online learningActive learning을 합쳐놓은 느낌. —ak)

P. Wallisch 2017에 따르면 2015년 드레스 논란도 예측 뇌 가설로 설명 가능. 주행성인 사람은 자연광에 익숙하고 따라서 금색-흰색으로 해석, 야행성인 사람은 인공 조명에 익숙하고 따라서 검은색-파란색으로 해석. 평소 생활 패턴에 따라 조명에 대한 기대가 설정되고 이게 색상 인식에 영향을 줌.

뇌는 세상을 예측하는 방법을 어떻게 배울까? 1) 뇌의 초기 배선은 대체로 진화적 설계의 결과, 2) 나머지는 자기지도학습. 시간의 흐름에 따라 꾸준히 들어오는 감각 정보와 뇌에서 만든 예측 사이의 오차가 다음 예측을 개선하기 위한 학습 용도로 쓰임.

2장. 정신의학과 신경학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Psychiatry and Neurology: Closing the Gap

15cm 못이 신발을 관통한 사례.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으나 병원에서 신발을 벗겨보니 못이 발가락 사이로 지나가서 다친 곳은 없었음(참고: 체성 감각 증폭). 생생한 시각 자극이 뇌로 하여금 통증을 예측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통각 경험을 한 것. 통각 수용체의 신호는 통각 경험을 야기하는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뿐.

침해수용성 통증은 신체 손상에 대한 통각수용체의 신호에서 비롯되고 신경병증성 통증은 감각신경의 손상에서 비롯됨. 통각가소성 통증은 조직 손상 등 눈에 띄는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통증. 예측처리 가설은 통각가소성 통증에 대한 힌트를 제공.

예측 기반 하향식 신호와 감각 기반한 상향식 정보 사이에 차이가 있을 때 뭘 얼마나 더 중요하게 취급할지에 관여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 같음. 이 가설에 따르면 위 사례는 통각 정보보다 시각 정보에 가중치를 더 두고 통증을 예측하는 하향식 신호를 더 우세하게 취급했기 때문에 발생.

다양한 플라시보와 노시보 효과도 마찬가지. 예를 들어 위약을 알약으로 복용할 때에 비해 주사로 투여하면 플라시보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남. 환자가 경구 투약에 비해 주사가 더 강력한 의료적 개입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

한편, 통증에 대한 예측과 약한 통각 신호가 만나 지각되는 통각을 강화하고 그 결과 통증을 더 강하게 예측하는 하향식 신호가 만들어지는 식의 피드백 고리가 형성되기도 함. 이 고리가 일단 형성되면 지속성을 띌 수 있으며, 이 현상이 만성 통증에 관여하는 요인일 수 있음.

전통적 정신의학은 여러 증상과 뇌의 화학적 변화를 상관 관계에 따라 묶고 이를 기반으로 진단 및 처방을 함. 계산정신의학은 증상이 아닌 근본 원인에 대처하고자 하는 접근. 신경다양성과 다양한 정신의학적 용태는 ‘뇌가 정보들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야기된다고 가정.

생리적 이상이 없음에도 운동장애/마비/실명 등이 나타나면 기능성 장애. 전통적 접근으로는 설명이 어려움. 한 환자는 의사와 눈을 맞추는 등 정상적인 반응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실명을 호소(참고: 기능성 시각 손실. 알고보니 과거에 빛에 의해 야기되는 편두통을 겪었고 어두운 방에서 오래 지냈음. 뇌가 빛이 없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예측해서 생기는 문제로 추정. 환자가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실제로는 세상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고 TMS(강한 자성으로 뉴런을 자극하는 방법)로 시각 중추를 활성화시키는 식의 개입을 통해 시력이 완전히 회복됨. (유사한 다수의 성공 사례가 있음. 참고: Seeing again: treatment of functional visual loss)

뇌에는 여러 정보의 정밀도를 추정하고 서로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 같음. 저자는 이게 바로 우리가 주의라고 부르는 개념과 같다고 주장. 기능성 장애의 다양한 측면은 가중치 부여 메커니즘의 오작동이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작동하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음.

감각 정보에 큰 가중치를 부여하는 상황과 예측에 큰 가중치를 부여하는 상황 사이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 스펙트럼에 따라 동일한 생리적 용태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는 게 오히려 당연함. 기능성 장애는 아마도 이 스펙트럼의 한 극단일 것(예측에 큰 가중치를 부여).

자폐스펙트럼장애는 하향식 예측에 비해 감각 정보에 과한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야기되는 걸로 추정. 예측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감각 정보를 의미있게 통합하여 ‘유용한 환각’을 만들기 어렵고 이에 따라 상대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읽기 어려워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남.

감각이 강렬하게 처리되므로 주위 환경의 정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 가장 복잡한 ‘주위 환경’인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줄임. 반복적으로 손을 흔드는 행동은 제어가능하고 규칙적인 감각 정보를 생성하려는 무의식적 노력. 특정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의외성을 낮추려는 노력의 일환.

예측처리 가설에서, 조현병은 예측과 감각에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측 오류 신호를 만들고 이 신호에 과도한 가중치를 부여할 때 야기되는 것으로 설명. 예측이 틀렸다는 신호가 강하게 올라오므로 예측을 갱신하기 위해 세상에 대한 모델(또는 시뮬레이션)을 점점 기괴하게 수정.

예측처리 가설은 만성 통증, 기능성 장애, 다양한 정신 질환, 신경다양성이 뇌가 예측과 감각 정보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일관된 설명을 제공. 정신적-물리적, 정신의학적-신경학적이라는 이원론 또는 이분법을 넘어설 수 있으며, 더 나은 의료적 개입을 위한 방향을 제시.

3장. 자기실현적 예언으로써의 행동 Action as Self-Fulfilling Prediction

예측은 행동과도 밀접히 연결. 뇌는 행동이 수행된 뒤의 결과를 예측하고 그 예측의 오류가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 ‘지각→심적 표상 형성→행동’ 단계가 구분된 전통적 모델과 달리 예측(심적표상?)이 지각과 행동을 연속적으로 안내. 지각과 행동은 밀접하게 연결. (참고: 자기 실현적 예측을 위한 행동)

이는 19세기 독일의 H. Lotz, 미국의 윌리엄 제임스 등의 관념운동론에서 이어지는 생각. 행동이 끝난 후에 대한 관념이 해당 행동을 이끌어낸다는 이론.

행동 결과에 대한 예측과 현재 상황에 대한 감각에 차이가 있을 때 감각에 기반해 예측을 갱신하면 행동을 할 필요가 없게 됨. 따라서 행동이 일어나려면 예측에 더 가중치를 부여해야 함. 이 모델은 이미 스포츠 코칭에 널리 쓰임(The Inner Game of Tennis! —ak). 구체적 움직임이 아니라 원하는 결과에 집중하기.

로봇 분야에도 전통적 감지-계산-행동 사이클 모델 대신 능동적 감지 모델을 도입하여 로봇의 성능을 개선힌 사례들이 존재. 이 모델에서 감지는 별도의 수동적 단계가 아니라, 적시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능동적 행위의 일부.

모든 종류의 ‘훈련’은 행동하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이라기보단 예측하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에 가깝다. 무하마드 알리의 “머리로 품을 수 있고 마음으로 믿을 수 있다면, 그러면 해낼 수 있다If my mind can conceive it and my heart can believe it, then I can achieve it.”라는 말이 이를 잘 표현.

장기적 행동(예: 서핑 배우기)도 마찬가지. 예측 오류를 줄이기 위해 반사실적 예측counterfactual predictions을 활용(-한다면 -하겠지), 시간 축으로 더 긴 예측을 수행. 개인이 의식적으로 느끼는 바와 별개로, 자기-실현이 가능한 ‘현실적이지만 낙관적인’ 예측을 수행한다는 게 예측가설의 관점.

장기적 행동도 예측가설로 설명을 하면 깔끔하기는 하지만, 이런 주장은 어떻게 타당성을 따져볼 수 있을까? 일단 책에서 밝힌 참고문헌은 이렇다:

  • Friston, K. J., et al, “Deep Temporal Models and Active Inference” (2017)
  • Van de Cruys, et al., “Controlled Optimism” (2020)
  • Friston, K., et al., “The Anatomy of Choice” (2014)
  • Friston, K., et al., “Active Inference, Homeostatic Regulartion and Adaptive Behavioral Control” (2015)

4장. 몸을 예측하기 Predicting the Body

어두운 방dark room 퍼즐: “예측오류를 줄이기 위해 행동을 한다면 왜 어두운 방에 들어가서 가만히 앉아만 있지 않을까?” 예측의 목적은 유기체의 생명 유지. 이를 위해서는 몸 내부의 상태도 예측할 필요가 있음. 예: 수분 부족이 오기 전에 물 마시기.

항상성과 이상성 개념이 중요. 항상성은 정해진 상태를 유지하려는 메커니즘, 이상성은 상황에 맞게 상태에 대한 설정을 변화시키고 해당 설정을 유지하려는 메커니즘. 사이버네틱스 연구 초기엔 항상성에 관심이 많았으나 이상성이 더 포괄적이고 중요한 메커니즘.

(흔히 ‘냉혈동물’은 체온 유지 메커니즘이 없어서 체온 유지를 위해 양지나 음지를 찾아다닌다고 말하지만, 분산된 기능적 분해 관점에서 보면 신체를 움직여서 적절한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체온 유지 메커니즘이다. 메커니즘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른 거 —ak)

항상성과 이상성을 위해서는 외부 정보 뿐 아니라 신체 내부 정보(심박수, 혈당, 체온 등)도 필요. 내부 정보에 대한 해석 또한 예측의 영향을 받으며, 예측을 자기실현하는 방향으로 내부 상태가 바뀌기도 하고, 가중치 부여 메커니즘에 의해 어떤 정보를 얼마나 중요하게 취급할지 정해짐(참고: 정밀도 변동).

살려면 부정적 귀결 회피하기 뿐 아니라 긍정적 귀결 추구하기도 중요. 예측 오류가 낮아지면 새로운 시도를 더 하고 높아지면 시도를 줄임. 예측 기량을 높이려면 지나치게 예측이 쉽거나 어려운 환경이 아니라 ‘적당히 어려운 환경’에 놓이는 게 중요. 행위자는 이런 환경을 능동적으로 찾게 됨.

(강화학습Exploration-exploitation dilemma, Active learning 개념이 자꾸 떠오른다. 일상에서의 경험으로는 지루하면 재미를 추구하기, 스트레스 상황에선 창의성이 낮아지는 현상 등이 떠오르고. —ak)

정서emotion와 감정feeling은 외부 정보와 내부 정보에 대한 예측이 작동하는 다양한 방식과 깊게 관련됨. Lisa Feldman Barrett의 정서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에서는 ‘신체예산편성’ 비유를 소개.

동물은 수분, 염분, 글루코스 등 핵심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예산을 관리. 목이 말라 물을 마시면 즉시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지만 사실 물이 신체에 공급되어 원하는 작용을 하려면 20분 정도가 소요됨. 애초에 갈증 자체가 예측에 기반해 ‘미리’ 만들어진 느낌이므로 갈증 해소도 미리 되는 것.

Barrett에 따르면 모든 정서는 신체예산편성 활동의 결과. 체내 정보가 정서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은 1890년 William James 때에도 있었음. W. J.에 따르면 공포감에 대응하는 신체 변화(땀 흘림, 떨림) 그 자체가 공포감을 구성. 단, 이 관점으로는 공포와 불안을 구분할 수 없는 등의 한계가 있음.

예측하는 뇌 가설에 따르면 정서와 감정은 외부(exteroceptive) 정보와 내부(interoceptive) 정보, 몸의 위치(proprioceptive) 정보, 예측(예: 운동 중인가 심장 발작이 오려는가)을 모두 통합한 결과로 나타나는 지각. 뇌의 전측도피질이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임.

피질-피질하부를 나누고 피질이 ‘고등 인지’를 담당한다는 전통적 견해와 달리, 이 둘은 매우 밀접하게 엮여 있음. 예를 들어 기저핵은 피질과 다섯개의 순환회로recurrent circuit로 연결. 피질-피질하부의 밀접한 연결 덕에 뇌, 몸, 세상이 사고, 경험, 행동의 생성에 동등하게 관여.

L. F. Barrett은 우울이 이상성 장애, 즉 신체 에너지 예측 메커니즘 문제에서 기인한다 해석. 현재나 미래에 필요한 에너지를 과소-과대 추정. 단시간 열정과 에너지가 폭발하다가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는 패턴을 반복. 만성 우울이 수면, 대사, 면역 문제를 동반하는 이유도 잘 설명.

만성 우울, 불안의 공통점은 긍정적 사건이 일어나도 과거 부정적 사건으로 인해 형성된 예측 방식을 갱신하지 않는 강한 저항성을 보이는 점. 표정, 목소리, 몸짓 등 작고 모호한 신호를 점차 더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됨. 결국 ‘어두운 방에 들어가기’와 유사한 행동을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음.

몸-정서-예측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는 에스테틱 칠. 예술을 감상하거나 과학적 발견을 하는 등의 상황에서 겪는 강렬한 정서적 고양인데, 보통은 닭살이 돋고 머리털이 곤두서는 현상을 동반.

두드러짐 탐지 가설에 따르면 중요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정보를 접하는 상황에서 일어남. 음악 감상 시 자주 겪는 이유는 음악이 연주 초반에 다양한 차원의 기대와 불확실성을 생성하고 핵심적인 순간에 이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구성되기 때문.

오슬로대 비교문학과 교수 Karin Kukkonen은 “확률 설계probability designs”라고 표현. 소설, 극, 영화는 모두 예측하려는 뇌와의 안정적인in reliable ways 상호작용을 유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설계된 작업들.

MIT 미디어랩의 Fluid Inteface Group은 aesthetic chill을 경험할 때 일어나는 체온 변화를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일으켜서 피험자의 aesthetic chill 경험을 유도하는 장치를 시연. 뇌가 상황 해석에 신체 정보를 활용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

간주. 어려운 문제: 예측 변수를 예측하기? The Hard Problem: Predicting the Predictors?

예측하는 뇌 가설은 감각질을 어떻게 설명할까? 이 장은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사변적으로 설명. 우리가 감각질 문제를 ‘풀어야 할 어려운 문제’로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이 뭔지 생각해보고자 함. 데이비드 차머스는 이를 ‘의식의 메타 문제’라 부름. 이걸 풀면 감각질 문제가 쉬워질 수 있음.

감각질 문제에 있어서는 여러 과학자, 철학자의 의견이 다 다름. 저자의 설명이 마음에 안들 수 있고 요점을 놓쳤다 여길 수 있음. 왜냐하면 감각질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감각질 문제를 다룰 때 설명을 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존의 개념 자체를 수정하고자 하므로.

예측하는 뇌 가설에서 행위자는 스스로의 생리적 변화, 외부 환경, 둘 사이의 지속적 상호작용을 심적으로 모델링하고, 세상의 변화가 미래의 신체 및 대사 활동에 줄 영향을 예측. 이러한 행위자에게서는 제레미 벤담이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에서 제안한 ‘감응력’이 나타날 수 있을 것.

그냥 나무를 보는 게 아니라 곧 필요해질 음식이 있을 장소를 보는 것(깁슨의 어포던스 개념과 연결됨). 이들은 시간축으로 확장되고(예측을 해야 하므로) 지각적으로 의미있는(적응적 행동을 해야 하므로) 세상에서 살아감. 신체적 자기 제어, 행동, 시간축의 확장 등은 의식 경험의 필요조건.

이런 행위자들은 분명 겉보기에 감응력이 있어 보이는 행동을 할텐데 이게 진짜 감응력일까 아니면 겉보기에만 그런걸까? (철학적 좀비?) 이건 물어야할 좋은 질문이 아님. 다음 단계로, ‘예측하는 스스로에 대한 예측’ 또는 Daniel Dennett의 ‘기묘한 역전strange inversion’ 이야기가 필요. 기네스 맛집이 있음. 맛집이라 손님 많음. 분석해보니 맥주통을 따고 나서 빨리 먹을수록 맛있는 거. 맛집이라 손님이 많은 게 아니라 손님이 많아서 맛집. 데닛에 따르면 사탕의 맛(감각질)도 유사. 사탕이 유발하는 복잡미묘한 반응들이 있는거고, ‘사탕의 맛’은 거기에 붙인 레이블에 불과.

예측하는 행위자는 사탕이 유발할 복잡미묘한 반응 그 자체를 미리 기대(즉, 예측)하는 단순화된 자아 모델(shorthand self-model)을 만들어 일상에 활용하는데 이 단순화된 자아 모델이 감각질. 인간은 이 단순화된 자아 모델에 심취하여, 여기에 과학적 설명이 필요한 무언가가 있다고 여기게 됨.

인간은 시지각을 바탕으로 붉은색, 커다란 크기, 귀여움, 강아지스러움 등의 특정을 파악하여 ‘래브라두들’을 인식하지만 각 특징을 파악한 과정을 상세히 의식하지 못함. 내부 동작 원리를 모두 알 필요 없이 스스로의 상태를 예측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의 단순화된 모델만 유지하는 건 효율적 설계.

불투명하고 단순화된 자기 모델을 내장한 행위자는 스스로의 주관적 경험을 기이하고 수수께끼 같다 여길 것. 하지만 이 퀄리아는 스스로와 다른 행위자를 예측하기 위한 또다른 도구일 뿐. 퀄리아는 존재하지만 이를 향한 우리의 형이상학적 의문(퀄리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느낌?)은 착오다.

5장. 더 나은 걸 기대하기 Expecting Better

예측처리 덕에 부족한 지각 정보만으로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잘 알 수 있게 되는 건 큰 장점이지만, 편향을 일으킨다는 문제도 있다. 사고나 판단의 편향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자명하다고 여겨지는 일차적 지각 경험 자체에 편향을 일으킨다.

잭이 내게 화났다고 믿을 경우, 잭의 중립적 표정을 약간 화난 표정으로 읽게 될 수 있고, 역시 잭이 화가 났다고 더 확신하게 되는데 사실 내 믿음이 지각에 영향을 준 것. 더 나아가 잭이 화났다고 믿기 때문에 내 표정과 행동에 변화가 생기고 잭은 이에 영향을 받는 식의 악순환이 생김.

경찰이 휴대폰을 총기로 오인해 총을 쏘는 문제(Shooter bias, Threat perception failure, Affective realism effect)도 관련 있음. 필라델피아처럼 흑인백인 비율이 같은 지역도 흑인 피해자가 월등히 높은 편(80%). 인간은 ‘느낌적인 느낌’을 지각하게 된다(you’ll perceive what you feel).

실존하는 차별이 패턴을 만들고 우리는 이 패턴을 학습하여 차별을 실천 및 강화. 실제 세상의 차별을 제거하는 게 최종 목표겠으나 오래 걸림. 인간은 매체를 통해 많은 걸 학습하므로 소설/영화/혼합현실을 활용해 바람직한 허구적 세상을 만들어서 현실의 편견과 차별을 타파하려는 시도는 매우 효과적.

심박수 등 내수용성 지각을 더 잘 인지하는 것도 중요. Sarah Garfinkel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 내수용성 지각에 대한 지각이 부정확면서 2)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확신이 높은 사람이 불안증을 겪는 경우가 많음.

우리의 예측은 어쩔 수 없이 타고난 경향성과 지난 경험에 영향을 받음.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게 아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험이 실재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돕는 몇 가지 요인이 있음.

  • 첫째, 세상 그 자체가 우리의 잘못된 예측을 꾸준히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함.
  • 둘째, 인간 종이 공유하는 신체적/신경적 특성들이 있기에 인간은 서로 어느 정도 유사한 경험을 함.
  • 셋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서로 교류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맞춰감.

이 장의 결론:

  • 예측 처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새로운 훈련 방법 등을 통해 부적절한 편향을 줄여나갈 수 있게 될 것.
  • 가장 중요한 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서 부적절한 예측(예: 인종적 편견)이 일어날 가능성을 낮추기.
  • 우리는 더 나은 예측을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6장. 헐벗은 뇌 너머 Beyond the Naked Brain

확장된 인지 관점에서 인간은 타고 난 사이보그(저자의 예전 책 중 가 있음). 이 장은 1) 실용적 행동과 대비되는 인식적 행동, 2) 예측에 의한 행동(인식적 행동 포함) 제어, 3) 예측 뇌는 정보가 뇌 안에 있건 밖에 있건 필요하면 가져다 쓴다는 점을 논의.

문화적/진화적 과정을 통해 인간은 뇌를 잘 보완해주는 환경과 도구를 구축해 왔고 그 결과 세상과 점점 더 복잡하게 얽혀 살게 됨. 뇌/몸/팬/종이 등이 모두 엮여서 새로운 하나의 전체가 됨. (여기까진 전형적인 확장된 인지 관점의 소개. 저자의 전작 <Supersizing the mind> 참고)

Carolyn Baum 교수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일상 상활에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적응하고 있음을 발견. 환자의 가정에 방문한 결과 그 이유를 알게 됨. 각종 메모 등 환자를 지원하는 환경supportive environment이 매우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 원래 뇌가 하던 기능의 일부를 환경이 대신 수행하는 것.

숙련된 바텐더는 칵테일별 잔 모양이 다르다는 점을 활용, 주문을 받으면 일단 대응되는 잔을 꺼내둠. 이렇게 나열된 잔이 주문 받은 순서와 칵테일 종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억을 지원. 이는 인식적 행동인 동시에 실용적 행동이기도 함. 잔을 어차피 꺼내긴 해야하니까.

예측처리 관점에선 인식적 행동과 실용적 행동 모두 미래의 예측 오류를 줄인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음. 예측처리를 하는 행위자는 두 종류의 행동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적시에 적절한 행동을 잘 섞어 쓸 것.

인식적-실용적 행동에는 고리loop가 형성됨. 축구 선수는 인식적 행동을 통해 공이 올 지점을 예측, 적절한 타이밍에 거기로 이동, 그 행동의 결과로 패스가 이어짐. 이런 능력은 전문성에 따라 향상됨. 하지만 전문성이 향상될수록 엉뚱한 사건(예: 관객 난입)을 인식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낮아짐.

North Sense라는 제품을 가슴에 부착하면 착용자가 북쪽 방향으로 몸을 틀때마다 진동으로 알려줌. 착용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직장에서도 집이나 아이 학교의 방향 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방향에 대한 느낌을 항상 아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됨. 후에 장치를 제거하면 상당한 불편을 호소

1998년, 저자와 David Chalmers가 확장된 마음 논문을 처음 썼을 당시엔 뇌가 적시에 적절한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지 못했음(생태적 조합의 원리, 생태적 균형의 원리 등이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하지 못했다는 뜻 —ak). 이제는 예측처리가 핵심 메커니즘이라고 (저자는) 생각함. 동일한 상황에서 오토가 공책을 참고하는 행동을 하고 잉가는 기억을 회상하는데, 이는 둘 다 예측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당시 상황에서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 둘 다 인식적 행동인데 오토는 외적 행동, 잉가는 내적 행동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뇌가 적절한 외부자원을 끌어들이는 단계recruitment를 구분할 수는 있겠으나, 일단 이 단계가 지나면 뇌와 외부 자원은 하나의 확장된 인지 시스템으로 작동. 주의할 점은 끌어들이는 단계에 의식적인 노력이 들지 않아야 이 전체 시스템을 확장된 인지로 간주할 수 있을거라는 점.

확장된 인지 관점에는 윤리적 함의도 있음. 우리는 의족/의수를 하고 있는 운동 선수의 운동 능력, 적절한 도움을 주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 능력을 그 자체로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인공물을 모두 제거한 생물학적 신체의 능력만을 능력으로 인정할 것인가.

7장. 예측 기계 해킹하기 Hacking the Prediction Machine

예측과 지각이 만나서 경험이 형성됨. 따라서 예측에 개입하여 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자기 긍정, 대화치료, 의도적 플라시보 활용, VR 활용 등 다양한 방법의 의료적 개입 또는 처치가 가능.

잘 다려진 의사가운을 입고 위약을 처방하면 호흡, 호르몬, 소화 등 다양한 기관과 관련된 용태에 더 긍정적으로 작용. 적혈구 생성을 돕는다며 위약을 투약하면 운동선수의 기량이 향상. 플라시보 수술(수술 자국만 남기고 아무 것도 안함)을 받아도 실제 수술에 준하는 통증 완화를 느낌.

심지어 정직한 플라시보도 효과가 있음. 약처럼 생긴 포장(글자는 플라시보라고 써 있지만), 약처럼 생긴 알갱이 등이 무의식적인 기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

파킨슨병 환자에게 어포몰핀을 4회 투약한 후 5회째에 위약을 투약하면 실제 약과 유사한 효과를 냄. 하지만 위약부터 투약하면 효과가 없음. 즉, 몸이 실제 약의 생리적 작용을 학습한 후에야 위약의 효과가 나타남. 환자가 의사/병원/약의 포장/리추얼 등에 확신을 가지면 위약이 잘 작용.

심각한 화상 환자에게 겨울 체험 VR을 보여주면 아편계열 진통제를 혈관 투여했을 때와 유사한 통증 감경 효과가 있었고, 뇌 스캔 결과 통증 처리 영역들에서 신경세포의 활동이 줄어들었음. 전통적 요법(진통제)과 VR을 혼합하는 치료법에도 잠재성이 있어 보임.

단, 플라시보로 모두 모든 의료적 개입을 대체할 수 있다고 여기면 곤란.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분야들이 다수 존재하며, 플라시보가 대증 치료에만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음. 플라시보나 VR 요법 등을 의학적으로 잘 활용하려면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

플라시보나 리추얼만큼이나 효과가 있는 수단 중 하나는 자기 긍정. 본인의 긍정적 성격을 열거하고 그로 인해 있었던 좋은 일을 서술하도록 한 후 문제 풀이 등의 과업을 주었을 때 대조군(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해 서술)에 비해 큰 차이를 보임. 자기긍정 후 공간지각 및 수학 분야에서 성별 격차가 완전히 사라진 사례, 유색인종 등 차별받는 집단의 성적 차이가 62% 줄어드는 사례, 학교에서 15분 간 자기긍정을 한 후 격차가 40% 줄어드는 사례 등 다양한 사례가 보고됨.

경험을 다시 프레이밍하는 것도 가능. 같은 음식을 먹이더라도 재료가 많이 들어갔다고 속이면 포만감을 더 느낌. 동일한 밀크셰이크를 먹더라도 “풍부하고 크리미함”이라고 쓰면 “가볍고 건강함”이라고 쓴 거에 비해 더 포만감을 느낌.

최근 10년 사이, LSD 등 환각제를 OCD, 중독 등의 치료를 목적으로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 환각제를 써서 기존과 크게 다른 경험을 하면 기존의 문제적이고 견고한 예측 모델을 뒤흔들어 모델이 갱신될 여지를 만드는 걸로 추측.

명상도 환각제와 유사하게 이고ego를 가라앉히는 작용을 함. 뇌 스캔 결과도 유사. 예를 들어 호흡에 주의를 집중하는 명상을 할 경우 예측 모델이 다른 정보들에 대한 가중치를 낮추는 작용을 하고 장기적 예측의 영향 또한 줄여주어 현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줌. 주의 제어 == 예측 가중치 제어.

결론: 예측의 생태학, 세상과 이어진 통로 Ecologies of Prediction, Porous to the World

날것의 지각이란 없다. 지각을 비롯하여 경험을 생성하는 모든 요소는 능동적이다. 예측 오류는 현재의 예측 모델을 흘러 들어오는 정보에 맞춰 갱신하도록 돕는다. 예측 처리는 지각과 행동을 통합하는 새로운 관점이지만, 아직 불완전하다.

간주(Interlude)에서 약간 다루기는 했으나 예측 처리 가설은 여전히 퀄리아 문제를 설명하지 못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예측 처리 가설이 퀄리아 문제를 설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힌트를 제공하리라 믿음. 예측 처리 관점에서의 연구를 꾸준히 하다보면 퀄리아 문제를 풀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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